2021 성노동자 추모행동 <사회는 우리의 애도에 응답하라> 연대 참여
지난주 토요일(12월 18일), 투명가방끈은 국제 성노동자 폭력 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가 주최한 2021 성노동자 추모행동 <사회는 우리의 애도에 응답하라>에 참여했습니다. 비록 눈도 펑펑 내리고 바람도 쌩쌩 불었지만 신나는 노래와 함께 춤을 추며 다녀왔어요. 행진에서 셰어 활동가님들과 만나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추모 집회였지만 우리가 여기 있음을 말하며 즐겁게 다녀왔어요.
학력이나 계급, 직업에 따라 애도받을 만한 죽음, 안타까운 죽음이 달라지는 사회에 반대합니다. 사회의 중심부에 들어오지 못한 존재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합니다. 성노동자들의 안전과 권리가 보장받을 것을 요구합니다. 피아 활동가의 연대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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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에서 활동하고 있는 피아입니다.
투명가방끈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년 수능날마다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입시거부선언은 사회에 만연한 학력 차별, 그리고 비인간적인 학습시간을 부추기는 입시경쟁교육에 반대하며, 자격의 경쟁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사회에 거부를 외치는 선언입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투명가방끈은 100명에 가까운 거부선언자들과 함께해오고 있습니다.
대학 비진학이라는 선택과 그 결정은 많은 사회적 차별에 당사자가 되는 것과 맞닿습니다. 학력에 따라 접근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자리가 다르고, 또 그에 따른 다른 대우가 정당화되고, 일터에서 노동권을 존중받는 것마저 노동자 개인들이 자격을 갖추어야한다 요구하고 있는 사회니까요. 안정적인 일자리-개개인의 노동권을 존중받는 일자리가 모두의 권리가 아닌 경쟁으로 쟁취해야하는 식으로 굴러가고 있는 지금의 사회에서 대학거부자를 포함한 많은 저학력자들이 열악한 노동의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서 끝내 죽음에 이르는 일도 잦게 일어납니다. 저희는 뉴스를 통해 하루가 멀다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 소식을 접하지요. 하지만 일하다 죽은 노동자 청년, 고졸 노동자들의 죽음은 애도받지 못하고 시민 단체에서나 열심히 이야기하지 사회적으로 크게 관심 받지 못합니다. 애도받을 만하고 안타까운 죽음이라고 하는 것이 정해져있는 사회입니다. 그것을 정하는 것은 대학 학벌일 수도 있고, 계급이나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대학 비진학자, 혹은 저학력자, 그리고 성노동자와 같은, 어떤 사회의 중심부에 들어오지 못한 존재들의 죽음이 그 범위에서 벗어납니다. 사회에서는 어느정도 공부를 잘하고, 돈이 있고, 돈 잘 벌고 존경받는 직업을 갖지 못하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중이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여기에서 멈추지도 않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죽음을 그 사람들의 질병이나 행실에 두며 모욕하기도 합니다. 성노동자들의 죽음에 사회는 그 사람의 나약함, 게으름을 탓합니다. 성노동자들의 안정과 취약함을 볼모로 삼아 이윤을 얻는 산업이 있고, 사회 구조에서 쫓기듯 머물러 있는 어떤 이들의 약점을 이윤삼아 착취하고 폭력을 가하는 노동의 구조는 외면하는 것입니다. 사회는 이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더 나은 노동의 조건을 마련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않습니다. 그저 불법의 영역에 두며 계속해서 안전하지 못한 일터와, 성노동자들의 존재 자체를 존엄하지 못하게 내버려두기만 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언제까지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내버려둘 것입니까. 언제까지고 누군가의 삶과 존엄을 변두리에 둘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죽임 당해 마땅한 존재는 없으니까요. 사회는 우리의 애도에 응답하십시오. 우리도 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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