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 평등도 없는 제4차 인권정책기본계획 규탄한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헌법의 기본권과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의 국내 이행을 위하여 정부가 수립하는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 NAP)이다. 1993년 비엔나에서 유엔 주최로 개최된 세계인권회의에서 채택된 비엔나 선언 및 행동계획 각 국에 인권NAP 수립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제1차 계획을 수립한 이래 5년 주기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 및 시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허울뿐인 이름에 불과할뿐, 실질적으로 국가의 인권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오지 못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제1차 및 2차 계획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촛불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된 제3차 계획 역시 인권시민사회의 의견을 형식적인 수준에서 반영하고 차별금지법 등 핵심적인 인권의 과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초안에 있던 성소수자, 병력에 대한 항목은 삭제되는 등,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3월 26일 법무부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최종안을 발표했다. 5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이번 제4차 계획은 원래 2022년부터 논의되어 2023년부터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1년이나 지연된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인권에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시기만이 아니다. 지난 해 8월 법무부가 공개한 초안은 ‘성소수자’라는 단어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병력차별의 대표적인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해서도 실질적 대책이 아닌 홍보 캠페인 등 표면적 수준에 그치었다.
이러한 초안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법무부는 간담회를 통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한다 하였다. 그러나 이는 말뿐이었다. 간담회는 제한된 시간 내에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집회시위의 권리 파트에 경찰청이 불참하고, 여성 인권 파트에 여성가족부가 불참하는 등 관련 정부부처의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성평등, 성소수자 인권, 임신중지 등에 반대하며 혐오를 선동해 온 보수개신교 단체가 시민사회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인권의 원칙에 오히려 반하는 논의 과정을 거쳐 나온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초안보다 더욱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없으며 온라인 혐오표현 대책에 한 단어가 들어있을 뿐이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거듭 권고해 온 탈시설에 대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고, 거주시설 장애인 인권 보호라는 역행하는 정책만 들어가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나날이 후퇴하는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는 경찰과 지자체에 의한 집회의 자유 침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국회의 논의 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는 한 줄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초안에 있던 ‘성평등’이라는 문구가 모두 ‘양성평등’으로 바뀌었다. 성평등이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한다며 성교육을 반대하고 성평등 도서를 공공도서관에서 모두 제외시키려는 보수개신교 단체의 반인권적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비동의간음죄가 없고 디지털성범죄를 여성이 아닌 디지털 시대 인권으로 넣은 초안에 대한 비판은 하나도 수정하지 않은채, 양성평등으로의 후퇴만을 받아들인 최종안은, 정부가 누구의 목소리만을 듣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할 것이다.
법무부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우리 정부의 인권정책방향을 제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개된 내용을 보건대, 윤석열 정부의 인권정책방향은 분명하다. 인권과 평등, 존엄에는 어떠한 관심도 없고, 그저 형식적인 과제만을 몇개 내세우고 심지어 혐오에 동조하여 후퇴된 정책을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미 인권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 적대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였지만 지금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 의도를 드러낸 것에 인권시민사회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인권정책기본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국회,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규탄하는 바이다.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국무회의를 거쳐 곧 시행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것이 정부의 인권정책을 실질화하는 역할로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정부에 요구한다. 정부는 지금 당장 국가의 인권정책방향을 재논의하고 계획을 다시 수립하라. 이를 위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관한 법률 제정을 포함한 제도개선에 나서라. 정부가 몇 장의 문서로 소수자의 존재를 지운다 해도 존엄한 시민들의 삶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정부가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며 남겨지고 후퇴된 인권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나갈 것이다.
2024. 4. 23.
제4차 NAP를 규탄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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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외 44개 단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가족구성권연구소 외 167개 단체)
인권정책대응모임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연분홍치마,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HIV/AIDS인권행동 알,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가족구성권연구소,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녹색당,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인권교육센터 들, 정치하는엄마들, 진보당 인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도 평등도 없는 제4차 인권정책기본계획 규탄한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헌법의 기본권과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의 국내 이행을 위하여 정부가 수립하는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 NAP)이다. 1993년 비엔나에서 유엔 주최로 개최된 세계인권회의에서 채택된 비엔나 선언 및 행동계획 각 국에 인권NAP 수립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제1차 계획을 수립한 이래 5년 주기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 및 시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허울뿐인 이름에 불과할뿐, 실질적으로 국가의 인권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오지 못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제1차 및 2차 계획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촛불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된 제3차 계획 역시 인권시민사회의 의견을 형식적인 수준에서 반영하고 차별금지법 등 핵심적인 인권의 과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초안에 있던 성소수자, 병력에 대한 항목은 삭제되는 등,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3월 26일 법무부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최종안을 발표했다. 5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이번 제4차 계획은 원래 2022년부터 논의되어 2023년부터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1년이나 지연된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인권에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시기만이 아니다. 지난 해 8월 법무부가 공개한 초안은 ‘성소수자’라는 단어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병력차별의 대표적인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해서도 실질적 대책이 아닌 홍보 캠페인 등 표면적 수준에 그치었다.
이러한 초안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법무부는 간담회를 통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한다 하였다. 그러나 이는 말뿐이었다. 간담회는 제한된 시간 내에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집회시위의 권리 파트에 경찰청이 불참하고, 여성 인권 파트에 여성가족부가 불참하는 등 관련 정부부처의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성평등, 성소수자 인권, 임신중지 등에 반대하며 혐오를 선동해 온 보수개신교 단체가 시민사회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인권의 원칙에 오히려 반하는 논의 과정을 거쳐 나온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초안보다 더욱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없으며 온라인 혐오표현 대책에 한 단어가 들어있을 뿐이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거듭 권고해 온 탈시설에 대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고, 거주시설 장애인 인권 보호라는 역행하는 정책만 들어가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나날이 후퇴하는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는 경찰과 지자체에 의한 집회의 자유 침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국회의 논의 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는 한 줄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초안에 있던 ‘성평등’이라는 문구가 모두 ‘양성평등’으로 바뀌었다. 성평등이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한다며 성교육을 반대하고 성평등 도서를 공공도서관에서 모두 제외시키려는 보수개신교 단체의 반인권적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비동의간음죄가 없고 디지털성범죄를 여성이 아닌 디지털 시대 인권으로 넣은 초안에 대한 비판은 하나도 수정하지 않은채, 양성평등으로의 후퇴만을 받아들인 최종안은, 정부가 누구의 목소리만을 듣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할 것이다.
법무부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우리 정부의 인권정책방향을 제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개된 내용을 보건대, 윤석열 정부의 인권정책방향은 분명하다. 인권과 평등, 존엄에는 어떠한 관심도 없고, 그저 형식적인 과제만을 몇개 내세우고 심지어 혐오에 동조하여 후퇴된 정책을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미 인권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 적대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였지만 지금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 의도를 드러낸 것에 인권시민사회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인권정책기본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국회,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규탄하는 바이다.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국무회의를 거쳐 곧 시행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것이 정부의 인권정책을 실질화하는 역할로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정부에 요구한다. 정부는 지금 당장 국가의 인권정책방향을 재논의하고 계획을 다시 수립하라. 이를 위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관한 법률 제정을 포함한 제도개선에 나서라. 정부가 몇 장의 문서로 소수자의 존재를 지운다 해도 존엄한 시민들의 삶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정부가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며 남겨지고 후퇴된 인권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나갈 것이다.
2024. 4. 23.
제4차 NAP를 규탄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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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외 44개 단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가족구성권연구소 외 167개 단체)
인권정책대응모임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연분홍치마,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HIV/AIDS인권행동 알,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가족구성권연구소,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녹색당,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인권교육센터 들, 정치하는엄마들, 진보당 인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