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대한민국 교육혁명 전망과 실천 경로> 지정토론문 “누가 교육혁명의 주체가 될 것인가”를 중심으로

2021-02-10
조회수 909

<대한민국 교육혁명 전망과 실천 경로> 지정토론문

“누가 교육혁명의 주체가 될 것인가”를 중심으로

 

따이루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활동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한국 교육 제도가 얼마나 획일적으로 입시와 대학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비집고 들어가 틈도 없을 만큼 입시 일정, 시험과 서열화의 중압감은 교육을 짓누르고 있고, 입시 중심의 교육과정 외에 다양한 교육을 시도하기에는 그 기반이 너무나 부실했다. 하지만 교육 현실에 대한 대중적인 분노 혹은 새로운 교육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일고 있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전쟁통에서도 교육은 계속되었다”며 강행되는 입시교육을 영웅화하듯 이야기하거나, 투명가방끈의 대학입시거부선언을 두고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든 수험생들 응원은 못해 주고 뭐하는 짓이냐” 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통탄스럽다. 하지만 통탄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절망의 해독제는 실천이라는 말을 기억하며 토론 주제를 곱씹어 본다.

발제 <교육혁명-대학평준화의 경로와 전망> “대학평준화체제 수립의 향후 경로”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교육운동진영의 그동안의 지속적인 투쟁으로 대학평준화의 지평은 확대’되고 있다. 10년 전 [대학평준화]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 [특목고]와 같은 서열화 정책이 밀고 들어오던 시기를 되돌아본다면 서열화시키는 교육이 문제라는 공감대는 분명 넓어졌다 할 것이고, 정책적인 변화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대학평준화, 교육공공성에 대한 대중적인 열망 혹은 이해가 높아졌는가 자문해본다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활동가, 학계, 정책 단위를 중심으로 대학평준화, 교육공공성에 대한 지평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그 지평이 대중에게 닿지 않는다는 고민을 하게 된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해본다면 ‘대중에게 닿을 길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가 맞을 거 같다.

경쟁교육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가지고, 대학평준화를 요구하는 세력 없이 정책적인 변화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그 단편적인 예시가 발제에 언급된 문재인·더불어민주당의 ‘수능절대평가’ 공약이 ‘정시확대’로 바뀌어버린 상황이 있을 것이다. “교육이 문제야”라며 현재의 입시경쟁교육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만 여전히 수능 시험 등 입시경쟁이 그나마 공정하고, 경쟁으로 교육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논리가 대중 속에서 압도적이다. 혹은 이런 분위기가 압도적이지 않다고 보여줄 세력이 충분하지 않다. 그렇기에 정책 방향이 바뀌고, 후퇴하는 상황이 큰 논란으로도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 사회 입시경쟁교육에 대한 견고한 신화를 바꿔 나간다는 것은, 대학평준화와 교육공공성의 의미와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확대되고 있는 활동가, 학계, 정책 단위의 지평이 대중에게 닿도록, “비판적 이해를 가지고, 요구하는 세력”을 만들기 위한 운동 사회의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학평준화의 ‘경로’란 단지 정책적 경로만이 아닌 정치적 경로, 운동적 경로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대학 공공성 강화는 대학 교육비의 무상화 그리고 민주적 대학 구조와 학생 및 시민의 대학 운영 참여 보장이라는, 대학 주체들의 입장에서 유의미한 목표와 변화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입시 제도 역시 절대평가화와 자격고사화라는 방향성에는 당연히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단지 대학입시에 관한 정책으로 국한해서 볼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 전반의 원리와 방식으로 확장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시험과 경쟁, 그리고 학업 성적에 따른 서열화와 차별을 학교 교육에서 근절하는 정치적 지향을 내세우고 쟁점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 방식이나 문화에 구체적으로 변화를 만들면서 변화의 지지자이자 운동의 주체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도, 과도기라고는 하나 학교 내신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일제고사(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추진했을 때, 일제고사를 사회적 문제로 제기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시험대상자였던 학생들의 등교거부가 있었다. 당시 등교거부 투쟁 등을 추진했던 ‘무한경쟁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모임 세이노(Say no)’는 어느날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존에 조직화되어 있던 청소년인권운동 세력이 있었고, 지역에서의 캠페인까지 긴밀하게 연대하며 함께한 ‘일제고사 반대 시민모임’으로 모인 교사/학부모 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그 세력들이 일제고사를 넘어 수능시험에 맞서고, 대학서열화에 맞설 만큼 확장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다. 세력의 형성, 확장이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와 고민은 투명가방끈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누가 교육혁명의 주체가 될 것인가?” 묻는다면 활동가, 학계, 정책 단위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쟁교육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가지고, 교육에서의 경쟁과 차별에 반대하며, 대학평준화를 요구하는 중·고등학생, 탈학교청소년, 비진학청년, 대학생, 예비교사, 교사, 학부모 등의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일제고사 대응 사례를 통해 보듯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투명가방끈 혼자도 당연히 어렵다. 중고등학생, 탈학교청소년, 비진학청년, 대학생, 예비교사, 교사, 학부모 등의 대중에게 닿을 길을 뚫기 위해 교육운동이 함께 구체적인 계획, 적극적인 실천을 고민하자는 제안을 남기며 토론문을 마친다.


지정토론문_누가교육혁명의주체가될것인가최종.hwp